잔에 따를 때부터 은은한 과실향이 피어오른다. 복숭아와 멜론 사이 어딘가, 섬세하면서도 청초한 향이다. 첫 입을 머금으면 단맛이 먼저 인사하고, 그 뒤를 따라 미세한 산미가 살짝 혀끝을 감싼다.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균형감. 마치 잘 잡힌 수묵화처럼 여백이 아름답다.특히 인상 깊었던 건 목 넘김이다.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흩어지지도 않는다.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이 짧지만, 그 짧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정말 이름 그대로, 종이바람처럼 스치고 가는 사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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