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마이포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의 본고장답게 처음부터 꽤 자신감 있는 와인이다. 색부터가 짙은 퍼플에 가까운 루비로 잔에서 불투명할 정도. 향을 맡으면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같은 어두운 과실이 묵직하게 올라오고, 뒤에서 스모키한 오크, 말린 허브, 은은한 민트 캠퍼 향이 레이어를 이루며 따라온다. 마이포 카베르네 특유의 약간 허브스러운 느낌이 싫지 않고 오히려 개성처럼 느껴졌다. 입에서는 풀 바디에 가까운 무게감이 있고, 타닌은 꽤 구조적이지만 분필 같은 섬세한 질감이 있어서 거칠지 않다. 산미가 잘 받쳐줘서 블랙베리, 카시스 풍미가 길게 이어지고, 피니시에서 코코아와 흙내음 섞인 오크 스파이스가 여운을 남긴다. 12개월 오크 숙성 덕에 구조감은 탄탄하지만 지금 당장 마셔도 충분히 즐거운 스타일. 이 가격에 이 퀄리티면 칠레 까베르네 가성비 명단에 당연히 들어가는 와인이다. 스테이크나 양갈비 곁에 놓으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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