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 이름부터 솔직하다. 오클빌 포도밭에서 처음 배럴 샘플을 뽑아 맛보다가 와인메이커 조나단 페이가 "이건 교과서 같은 나파 카베르네잖아"라고 했던 게 이름이 됐다는데, 실제로 마셔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니다. 색은 진한 루비에서 가닛, 불투명할 정도의 깊이감이 있다. 잔을 들면 코코아 파우더와 모카가 먼저 치고 나오고, 이어서 블랙베리잼, 카시스, 블루베리 같은 어두운 과실이 레이어를 이루며 펼쳐진다. 아니스, 세이지 같은 허브 뉘앙스도 살짝 올라오면서 단조롭지 않게 만들어 준다. 입에서는 풀바디에 타닌이 탄탄하지만 프렌치 오크 16개월 숙성 덕분에 질감이 벨벳처럼 매끄럽고 억세지 않다. 산미도 균형을 잘 잡아줘서 블랙베리, 체리 플럼 풍미가 중반까지 싱싱하게 이어지고, 피니시에서 바닐라 오크와 커피, 연필심 같은 흑연 뉘앙스가 길게 남는다. 오클, 유트빌, 러더포드, 칼리스토가 등 나파 서브-AVA 를 두루 블렌딩해서 그런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잘 빠진 느낌. 나파 까베르네의 정석을 아직 경험 못 한 사람한테 첫 번째로 권하고 싶은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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